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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입니다

[기고문]무등의 정신으로 위기의 강을 건너자 [무등일보 2020.12.24]
  • 작성부서홍보실
  • 작성일시2020/12/28 14:26
  • 조회수55

무등의 정신으로 위기의 강을 건너자

 

임택 광주 동구청장

 

경자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2020년은 가히 코로나19의 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안긴 충격은 대단했다. 특히 우리문화, ‘()’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올해는 고역을 넘어 형벌 같은 시간이었다.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가까운 지인들과 이렇게 오래 왕래를 끊어보기는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이렇듯 사회적 관계망을 끊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꿈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임대료 걱정에 밤잠을 설친 자영업자와 비대면 거래증가로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들, 가까스로 수능을 치른 비운의 고3 수험생, 유례없는 취업난 앞에 좌절한 청년준비생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웠다. 어디 그뿐인가. 공연·전시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전업예술가들은 일감이 없어 밥줄이 끊길 지경에 놓였다. 홀몸 어르신 등 취약계층 주민들은 경기위축으로 후원이 줄고 이웃의 발길마저 뜸해져 어느 해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도 실직 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많은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최악의 시기를 견디는 중이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청사 창밖으로 무등산을 바라본다. 산은 묵묵부답 말이 없으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준다.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시 <무등을 보며>는 무등산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시다. 미당 서정주는 한국전쟁 직후 광주에 내려와 조선대에서 강의를 할 때 의젓한 무등산의 모습을 보고 이 시를 남겼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세계열강의 힘겨루기로 번지며 결국 끔찍한 살육과 파괴로 끝이 났다. 시인은 비참한 현실 앞에서도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며 넉넉한 삶의 자세를 잃지 말자고 다독였다.

광주시민들은 평소 때는 물론이고 특별한 의식을 치를 때도 무등산엘 오르곤 했다. 그 중에서도 새해 해맞이는 가장 규모가 큰 연례행사였다. 중장년에 접어든 시민이라면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시내에서 모여 보내다 새벽 두세 시 무렵부터 증심사 입구에서 중머리재까지 빼곡히 줄지어 오르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할 것이다. 서석대 위로 떠오르는 새해를 보며 수 만여 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함성은 오월 광주의 아픔을, 응어리진 분노와 한을 토하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해맞이 풍습은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는데 그때 무등산은 해맞이 객들에게 신산스러운 시절을 헤쳐갈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무등(無等)등급을 매길 수 없는이라는 뜻과 함께 비할 데 없이 높은이란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의 높다는 물리적인 높낮이가 아니라 차별의 등급이 없는 평등과 초월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무등의 정신은 독재에 맞서 평등한 세상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저항의 정신 그리고 헌혈과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무등의 정신은 코로나19 위기 때도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타 지자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병상 나눔을 실천하고 동명동 카페의 거리와 남광주시장에서는 착한 임대료인하 운동으로 건물주와 임차인 동반상생의 모범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도심에서 가까운 무등산을 찾아 바깥활동을 하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언제나 그랬듯 무등산은 어느 누구라도 어머니 품처럼 넉넉히 안아주며 등을 다독여줄 것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 그 동안 못 찾아뵌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도 드리고 낙심해있는 지인들에게 힘내라는 문자메시지라도 남겨보자. 코로나와의 길고 지리한 싸움도 머지않아 그 끝이 보일 것이다. 그 때까지 무등의 정신으로 모두의 손을 잡고 슬기롭게 위기의 강을 건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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